summer gazer'92

커미션 백업/글 + 6

사랑 비. 짤랑, 짤랑. 여름철, 길거리에 하나씩 놓여져 있는 일본풍의 종이 살짝 움직여 울리며 소리를 내었다. “ 서, 선배 ! 덥지는 않으세요 ? ” 치나츠가 그녀 특유의 헤헤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치나츠의 머리카락이 더운 열기의 작은 바람으로 인해서 포근히 흔들렸다. 그녀의 작은 손에 쥐어져 있는 부채는 언제나처럼 살랑거리며 제 몫을 다 했다. “ 별로 , ” “ 다행히 그렇게 덥지는 않아요 ! 바람도 불고 … ” 바람은 바람이었지만 어딘가 히터를 틀어 온풍으로 맞춰 놓은 듯한 식의 바람이었다. 이래서 여름이겠지. 그렇게 덥지 않다, 라고 말했던 치나츠도 더위를 한껏 느꼈는지 땀을 송골송골 흘렸다. “ 야, 덥냐? ” “ 괘, 괜찮아요 ! ” 한눈에 보아도 더워 보이는 그녀를 보며 바지는 무심한 듯 톡,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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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우 가을 공기가 점점 꺾인다. 아침저녁 살을 에일 만큼 찬바람이 자주 불어댄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목에 알록달록한 목도리가 둘러진다. 옷차림이 두꺼워지며 코트가 보이기 시작했다. 11월 말, 늦가을이자 초겨울이었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백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유성우 쇼가 금일 밤 열 시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한 치나츠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단연 케이스케였다. 유성우 쇼라니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그 낭만적인 광경을 꼭 그와 보고 싶었다. 백 년에 한 번 볼 수 있다는데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보게 될 지 몰랐다. 두 사람이 함께 쌓은 추억은 많지만 그 추억들에 아직 별 구경은 없다는 점이 치나츠의 구미를 더욱 당겼다. 평소처럼 방과 후 그를 만나 보충 수업을 진행하..

모든 순간이 黑白이었다. 정반님 글 커미션 - 분명 둘은 완벽했다. 아니, 완벽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밝고, 청아하고, 서로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하지만 치나츠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집착의 촛불에는 불이 붙었다. 그것이 시작이었음을. ＿＿＿＿＿＿＿＿＿＿＿＿＿＿＿＿＿＿＿＿＿＿＿＿＿ 싫다. 아니, 싫다는 감정보다 더 한 것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이것 또한 사랑인가? 일순 생각을 멈추고 떠올려 보자. 우리의 관계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말이다. 그래, 분명 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교적으로 변했기 때문이겠지. 이 모든 건 내 탓이 아니다. 너의 탓일 것이다. 내 속에서 응어리진 검은 감정도 모두 네 탓. 아, 그 얇디 얇은 목덜미를 이 손으로 그러쥐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네가 다른 놈..

슈님 좋아한다는 감정을 온몸에 덕지덕지 묻힌 주제에 꼴에 아닌 척 따라 다니던, 본인 감정의 크기가 본인도 버거워 보였던 애. 제 오빠와 똑같이 생겨서는, 하는 짓도 비슷하던 마츠노 치나츠. 내 앞에만 있으면 저 혼자 여름인 양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땀을 흘리는 게 우스워서 눈길이 갔다. 여름이 들어간 그 이름을 그대로 빚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고, 그래서 그 뜨끈한 감정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나 역시 그대로 돌려준 것이겠지. 나름대로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뒤로는 정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몇 발자국 옮기면 볼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기도 하고, 오빠인 치후유와도 도만 일이나 학교 일로 자주 함께 다녔으니까. 고마워요, 좋아요라는 말을 달고 살면서 온몸으로 내게 애정을 표했고, 내게 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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